a moon in the water
NO.6
R.L
2015. 8. 16. 17:17
나는 당황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버스안에서, 따끈하고 몽글해진 감정을 후후 불어 식히려 노력하며 고개를 몇 번 저었다. 다행히 가라앉아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눈물을 비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당혹감은 꽤 길게 갔다.
나는 잘 우는 편이 아니었고, 어쩌다 울 때면 혼자 있을 때만 울었다. 혼자 있을 때 우는 것도 싫었다. 운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시야가 뿌얘지고 머리가 멍해지고 생각이 멈추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 하니까. 그리고 어쩐지 '지는' 기분이니까. 대신 드라마나 영화, 음악을 들을 때면 마음껏 울었다. 져도 휘둘려도 안전하니까. 자신의 일로 울면 처참한 기분이 든다. 사고가 멈춰서 어쩌면 좋을지 도통 생각나지 않아 미아가 된 기분이다. 자기연민을 피하는 것과 비슷하다. 고집이고 오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비열함을 일찍 접했으니 어쩔 수 없지 싶다. 약점은 공격당한다.
A앞에서 울었을 때 계절은 가을이었다. 나는 초췌하고 버석했고 그앞에서 울 줄 몰랐다. 눈물은 그냥 흘러내렸고 나는 어깨 한 번 떨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엘레베이터 안의 거울을 보는데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여 어처구니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눈에 빛이 돌았다. 언젠가 '네 앞에서 울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얘기를 A에게 한 적이 있다. A는 내가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