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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as you are / 2014. 6. 18. 02:03
모아보자고,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무엇이 되든 모아서 품어보자고.
아쉬운 것은 시간과 깨끗했던 내 마음이다. 분노가 가시니 나는 내 감정을 버텨내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이제 지질하지 않음을 자신할 수 없다. 기댔던 건 그 것 뿐이었는데.
분노보다도 역함보다도 견뎌내기 힘든 것은 슬픔인데, 슬픔은 흰 빛이다. 이를테면 눈 같은. 고요하게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슬픔 속에서 눈을 감는 것은 안락한 구석이 있다. 눈발을 헤치며 걷다가 주저앉으면 순간 퍼지는 온기처럼. 나는 눈을 감았던 사람인데, 이번은 다를 수 있을까? 빠져나갈 수 있을까? 빠져나가야 하나? 견딜 수 있을까? 견뎌야 하나? 어느 날은 걷고, 어느 날은 멈춰 서 있고, 또 어느 날은 주저앉는다. 그렇게 모든 것이 아득해진다.
나는 이제 무언가를 동결시켜 놓지 못한다. 순간이나, 마음같은 것. 나는 많이 지쳤는데, 기력의 문제라기보단 자신에게 회의감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해온 것들에 대해서. 지점을 고집할 수 없어서 중심을 잡을 수 없고, 막연히 어딘가로 쓸려가 버릴 것처럼 느낀다. 불안과 체념 사이를 오간다.
여기까지 오면서 나는 참 아둥바둥 했지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자신을 헤아리는 일이었다. 그 알량함을 내가 모를리가. 지금 또한 그렇다. 그러니까, 자르고 삼키는 것은 해보았으니 그러모아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