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핀 것을 보지도 못했는데 떨어진다. 서호로 가는 길 뒷편에 늘어선 벚나무들은 올해도 꽃을 피웠나. 단지에 벚나무와 개나리들은. 올해도 고궁을 거닐어보지 못하고. 세월은 유수같고 흐르는 물은 무정하고.
꿈에서 그 앨 봤다. 어리둥절해서 달력을 보니 오늘이 생일이구나. 난 왜 이런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많은 걸 잊어버리고 잃어버렸다. 꿈에서 그 애와 헤어지고 모르는 남자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자신이 내일 풀빌라를 빌려 파티를 열거고 그 애를 초대할거라는 내용이었다. 그 애가 예쁘니 그 친구인 너도 예쁘냐? 하지만 자신보다 얼굴이 잘나진 않겠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그 애에게 이 문자에 대해 알려줘야하나 핸드폰을 보다가 내가 그 애의 연락처를 모른다는 사실이 생각났고, 깼다.
모든 것은 의미가 없었다. 내가 그러모은 것들도, 내민 것도. 쓸모 없었고. 내가 봤던 게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도 모두 상관 없는 일이 되었다. 슬픔도 흩어지고 나는 여전히 충분히 강하지 못하고, 나는 그저..웃긴 사람. 그 멍청이, 순진한 계집애, 어리석은 믿음, 착각들,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진 거 같지가 않네. 모든 건 다 흩어졌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