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8.
come in alone / 2015. 8. 18. 23:11
점심을 먹자는 전화를 거절하고 소파에 까무룩 늘어졌다. 식탁에는 크로크무슈 반쪽과 홍차와 우유가 남아있었다. 짜증은 어긋난 타이밍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자신이 지긋지긋, 아니 자신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고 그래서 게으름이라는 도장을 쾅쾅 찍고 나를 다그치고 싶었다.
선곡할 음악을 고르지 못했다. 이야기에 빠질 수 없었다. 활자는 풍경이 아니라 밤의 전조등이 되었고, 사람을 만날 수 없다. 트위터조차도 때론 웅성거림 같다.
뭔가 혼자서 파내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뭘 파내야 하는지 모르면서도. 아니 거짓말이다. 있는지 모르면서도가 옳다. 이미지들이 엉기고 하루에 몇 번이나 낙담한다. 회복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시간을 흘려버리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모든 것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저 게으름일지도. 나는 언제나 끝에 연연했으니,
아, 하지만, 그러나.
근거 없는 자신이야. 자만, 자부심. 자신을 뿌듯해 하는 것. 하지만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는 팔 수 없어.
뿌리만 깊이 내린 시간들. 흡수하는 것은 선별했다. 좋은 것만을 먹었다. 사람도 가렸고 가시도 있다. 줄기, 가능하다면 단단한 가지를 원했는데 흐늘거릴 뿐이다 의식은.
역시 거짓말이다. 파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액체로 거푸집에 들어가면 되는 일.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 휘둘리는 게 싫을 뿐이다. 계단인 오름은 가상세계에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는 것을 안다. 그냥 닻을 가지고 싶을 뿐이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흐름도 얼추, 밤하늘은 별로 가득하다. 뭐가 두려운 걸까요,
때때로 팔의 감촉이 떠오른다. 끌어당겨 기대게 하다 감싼 팔. 다정하고 안락했다. 시기는 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내가 여자애라는 걸 아니까. 애도 아닌데 애처럼 굴고 싶어졌다. 모르는 체 하고 애처럼 군 결과였다 그건. 애거나 여자거나 했으면 좀 쉬웠을 텐데.
내 몸은 마치 트라우마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폭우, 운전, 높은 곳. 도리언 그레이처럼. 어느 날은 열망으로 빛나는 눈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마주하면 구역질이 났다. 여자와 남자가, 곧 들숨 날숨까지도. 모든 것이 역했다. 겹쳐서 재생된 무력감은 무엇보다 힘들었는데 무력했어서 빗겨나있다. 비열함을 확인했을 뿐, 그 점 외에 어떤 곳도 겹치는 부분이 없다. 나와는 상관이 없다. 시간들은 허구가 되었다.
헛소리.
헛소리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고개를 들어 얼굴을 찾으니 표정은 어둠에 묻혀 보이지가 않고 눈빛만이 형형했다. 처음 봤을 때처럼.
데미지는 꿈으로 스며든다.
모든 것이 어지럽다. 모든 것이 없던 일만 같다.
해진 것을 찾아야 한다. 누추함을. 찾아야 하는 건 그게 아닐까?
그리고 그건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홀로, 혼자서만.
